나 000은 000을 나의 아내로 맞이하여
내가 기쁘고 즐거워서 삶이 아름다울 때 뿐만 아니라
내가 슬프고 괴로워서 삶이 지겹고 생활이 만족스러울 때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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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창업 이야기 블로그에 오시는 분 중 결혼서약서, 혹은 혼인서약서 쓰신 분 계신가요? 으레 결혼식에 읊는 뻔한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하는 결혼서약서인데, 혹시 결혼할 두 분께서 함께 서약서를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나이대라서 결혼서약서를 보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더구나 최근에 결혼서약서를 쓰고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어라?! 창업하겠다고 해놓고선 결혼이라니! 하겠다는 사업이 알고 보니 청춘? 그리고 그동안 사용했던 티저(teaser) 명함은 알고 보니 청첩장?

맞는 사람이 모여 자신의 삶을 투자하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 창업하는 결혼으로 비유한다면 맞는 말씀입니다. 네. 바로 저희 경영진이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어 나아갈 것이고 어떻게 무슨 사업을 할 것인지 합의하는 바를 쓰는 것입니다.

최근에 두 분께서 저와 함께 “선물(gift)을 다양화하고 제공하여 고객 소통을 촉진하고 증진”하기 위해 합류하셨습니다. 이전에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소개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와 더 즐겁고 가까워질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즉, 그렇게 사람들이 친구와 더 즐겁고 가까워지게 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한 방향과 목표, 그리고 사업 모델을 “선물”로 결정하였습니다.

창의성 가득한 사람이 모이고 비전(vision)을 정하자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그 많은 아이디어를 모두 다 순 없겠지요. 원칙과 기준을 정하여 그에 비추어 어떤 것에 집중하고, 어떤 것은 언제하고, 어떤 것은 하지 말지 정해야 합니다.

위대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운명처럼 만나 우리가 어떤 기업을 만들어야 할까? 많은 회의를 나누고 치밀한 전략과 사업 계획을 짜면 다 답이 나올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더 철학에 가까운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학 있는 경영과 사업을 해서 뭔가 있어 보이는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정체성과 유전자를 정하려면 체계를(system) 정의할 무언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막연하게 허전함을 느끼며 잠시 이 주제를 미뤄두던 어느 날, 제가 존경하는 멘토께서 제 눈을 뜨게 해주셨습니다. 멘토께서도 최근에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공동 창업자이자 경영진이 모여 어떤 기업을 만들 것인지 서로 합의한 것을 사명서처럼 만드셨다는 조언을 해주신 것입니다. A4 용지 두 장짜리 합의문에는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지를 다루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법으로 치면 성문법이 생기기 전에 그 토대가 될 관습법을 만드는 질서나 사회 약속 같은 것이지요.

생각만 하는 것과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하여 그것을 보며 생각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눈으로 보며 사고하면 동기도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집중력도 높아집니다. 더구나 서로 합의한 바를 신뢰에 그치지 않고 서로 지켜야 할 의무와 목표로 마음속에 새길 수 있습니다.

 

멘토분의 조언에 따라 저희도 결혼 서약서라 할 수 있는 창업 합의문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계속 쓰고 있고 다듬고 있습니다. 회사를 설립할 때쯤엔 자신의 서명이 담아서 하나씩 가질 것입니다. 이 원칙은 앞으로 인재를 찾거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실행할 때, 또 회사를 운영하는 내내 기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고쳐야 할 때는 다 함께 동의하여 고칠 것입니다.

몇 가지 소개해 드려볼까요?

  • 글로벌 사업을 지향한다.
  • 실패에서 배운다. 교훈을 얻는 실패를 장려한다.
  • 자기 일에 대한 개방성과 투명성
  • 빠른 피드백, 기록문서, 접근성
  • 혁신 지향하고 독려하여 지원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 토론/소통 자기 보호 자기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과 고객에 초점을 놓는다.
  • T자형 인재를 지향한다.

추상에 가까운 이야기지요? 대체로 누구나 하겠다고 “생각”을 하는 내용입니다. 저희는 체계를 만들고 실행하도록 눈으로 보이게끔 성문화했습니다. “혁신 지향하고 독려하여 지원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구체화한 계획을 만들고 있지요. 아무리 좋은 계획과 아이디어라고 해도 실천과 실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당장 해야 할 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서로 합의해가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실은 저, 그리고 저희를 믿고 여러 제안을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즐겁고 신나게 달리느라 작성이 다소 더디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이 우리의 생각과 발걸음 방향을 잡아주고 끌어주는 걸 느낍니다.

자, 이제 결혼서약서도 쓰고 있습니다. 저희 경영진이 서로와 결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1. 띠용 2010/01/29 23:05 답글수정삭제

    와 말하자면 창업서약서인가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물론 한날님의 사업도 번창하시길~~헤헷

    • 한날 2010/02/02 22:43 수정삭제

      네. 초심을 담는, 경영진의 헌법을 원시 형태로 만든 거에요 하하. ^^ 멘토께서 이 조언을 해주셨을 때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크흑.

      단군신화처럼 띠용님께 격려와 응원 100번 들으면 위대한 역사 하나 탄생할 것 같습니다. 헤헷, 고맙습니다!

  2. 2010/02/11 17:26 답글수정삭제

    와웅! 재밌는데요! ^^

    이대로만 살고 이때의 마음으로만 일한다면... 파라다이스같은 회사와 가정이 될텐데... ^^
    힘차고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시는 일이 더 감사하고 기쁜 일이 되시길 바래요.... ^^

    • 한날 2010/02/16 12:23 수정삭제

      뽀님! 설 즐거이 쇠셨어요? ^^

      초심을 잃지 않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초심을 단단하게 다질수록 묵직하게 가슴과 머리에 자리잡아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데, 종종 설렘만 가슴에 남길 뿐 초심을 잃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곤 해요. 이 서약서(합의문)가 저희 초심을 잘 잡아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

      오랜만인데 잊지 않고 이렇게 오셔서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뽀님께도 기쁜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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