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이 있을 땐 편리함을 잘 모르거나 사소하게 느껴지지지만 막상 없으면 무척 불편합니다. 이 불편을 1년 넘게 겪고 있는데, 태터앤컴퍼니가 구글에 인수된 2008년 여름부터 명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곧 명함이 생기겠거니 하고 귀찮음에 차일피일 미루기도 했고 이리저리 일이 꼬이다보니 1년을 훌쩍 넘겼네요.
이젠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창업이라는 길에 들어섰으니까요. 그래서 수첩을 펼치며 구상을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회사 이름도 확정하지 않은데다 아직 회사를 세운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이 싯점에서 개인 명함을 팔 수도 없고. 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서 명함을 만들어야겠군요.
- 창업 준비 중이라는 걸 알리면서도
- 호기심을 자아내고,
- 적당히 재미도 있으며
- 무엇보다도 지금 제게 무척 필요한 도움 손길을 언급할 수 있는
그런 참신한 명함을 만들려면 어떡해야 할까? 곧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홍보와 소개 활동을 본격 시작하기에 앞서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는 티저(teaser) 광고를 명함에 접목하는 것이지요. 바로 티저 명함! 10년 넘게 해온 일이 기획이라 그런지 어느 새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
우선 명함에 들어갈 정보부터 구상하고
| 명함에 들어갈 문장과 공간 구성을 합니다. |
신나게 명함을 기획하던 중 두 가지 요소가 걸렸습니다.
우선 명함에 넣을 문장이 걸렸습니다.
- 실제 자본을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 다른 인연을 열어주시는 것도,
- 쓴소리 해주시는 것도,
- 함께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갓 발걸음을 뗀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이런 바람을 투자라는 눈에 잘 띄이는 낱말을 써서 명함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마음에 확 와닿는 문장이 머릿 속에서 나오질 않았습니다. 심리학이나 문장론, 광고 책을 아무리 읽어도 제 깜냥이 부족하니 효과가 나질 않으니, 공부가 부족하다는 반성을 다시금 해봅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요?
이 문제는 몇 달만에 뵌 사수이신 김정선님께서 아주 깔끔하게 풀어내셨습니다. 건방지지도, 비굴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아주 절묘한 심리선을 타는 문장 하나.
“제게 투자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보태 무엇하리요. 뭘 투자했다는 것인지 궁금하시면 부담없이 제게 말 한 마디 거시면 되고요. 뭘 할 것이기에 투자해달라는 것인지 궁금하시다면 이 역시 제게 말 한 마디 거시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티저 명함다운 간판 문장이지요. 이렇게 첫 난관은 넘었습니다.
다음은 명함 디자인이 걸렸습니다. 아무리 기를 써도 명함 크기만한 광고 전단지가 제 손끝에서 탄생하더군요. 그래도 한참 아둥바둥 기를 쓰고 용을 쓰니 전단지 같은 명함이 탄생했습니다. 큰 발전이지요. 하하.

하지만, 그래도 깔끔함은 안 생겨요...
여전히 산만하긴 하지만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 일이 없으면 이대로 명함을 만들려 했는데 별 일이 생겼으니, 디바인 인터랙티브의 서나연 팀장님께서 디자인을 도와주신 겁니다. 덕분에 멋진 명함이 탄생했습니다. 제가 녹색과 파스텔같은 푸근한 색감을 좋아하는 걸 마치 아신 것처럼 명함 앞면에 제가 원하는 딱 그 색을 채우셨어요.
아... 명함에 들어간 정보는 똑같은데 어찌 이리 차이가 나는 겁니까!
그리하여 마침내 정식 명함에 앞서 사용할 티저(teaser) 명함을 완성했습니다. 기능을 소개하는 글씨가 잘 보일실지 모르겠지만, 꽤 훌륭한 최첨단 기능을 가진 명함 2.0입니다. 1차로 200장 한정으로 만들며, 낱장마다 고유번호가 붙습니다.
저와 인연을 맺으신, 그리고 앞으로 맺으실 분들 믿고 창업을 했다고 말씀 드렸지요? 아직 첫 번째 계단에 오르기는 커녕 계단 입구에 들어섰을 뿐인데도 이렇게 큰 도움을 받으며 난관을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참 작은 문제이지만 제가 잘 못하는 것이기에 큰 문제였습니다. 작지만 큰 문제를 크지만 작은 문제로 만들어 짜릿하게 해치웠습니다.
아... 이 멋진 티저 명함을 주고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렙니다. 이 명함 갖고 싶으시죠? 자, 부담갖지 마시고 연락주세요. Ring my bell~♩ 배달가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기꺼이 도와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 올립니다. 덕분에 멋진 티저 명함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한정판 명함은 다른 누구보다 제가 먼저 소장하겠습니다.
아참, 겪으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명함을 디자인 하실 때 저렇게 테두리를 넣지 않기를 권한다고 하네요. 인쇄기로 찍어내서 잘라낼 때 미묘하게(0.5mm?) 테두리 굵기(혹은 여백)가 어긋나서 딱 맞아떨어지지 않다고 합니다. 이게 미묘하게 눈에 거슬리므로 테두리 없이 단색으로 채우는 게 좋다고 합니다.
제 티저명함 최종 디자인도 이런 이유로 조금 고쳤습니다. 번거로우실텐데도 장인 정신으로 끝까지 신경 써주신 서나연 팀장님, 고맙습니다. :)
우선 명함에 들어갈 정보부터
명함에 들어갈 문장과 공간 구성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