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고맙습니다! 창업을 준비한다고 밝히자 130분이 넘는 분들께서 격려와 응원, 관심이라는 투자를 해주셨습니다. 이 가슴 벅찬 투자를 훌륭한 기업과 서비스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삼겠습니다.
여러 분께서 제게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오셨습니다. 이 블로그에 있는 글 두 개(소개 글과 블로그 개시 글)에 사업 아이템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시고는 저보다 꼼꼼하게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 딱히 숨기려고 그런 게 아닙니다. 우선 사업 계획을 만들어가는 중이기도 하고, 첫 개시 글에 부족한 글솜씨로 섣불리 사업 아이템 이야기를 줄여 쓰다가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애써 사업 아이템 얘기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 준비한 글은 잠시 뒤로 미루고, 사업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두 편에 걸쳐 먼저 풀어볼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 게임을 하라고요? 난 게임을 즐기지 않아요!
1-1.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자리 게임
저는 술자리 게임을 무척 못합니다.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다 술을 잘 못 마시거든요. 그래도 참석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질 만큼 몰입하게 하는 이 게임들을 무척 재밌게 즐기는 편입니다. 즐긴다고 말을 맺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리 술자리 게임이라고는 해도 자꾸 지는 게 썩 달갑지만은 않아서요. ^^;

이런 게임들은 무척 단순한 규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술을 마시게 해서 서로 가까워진다는 뚜렷한 목적에 최적화했기 때문이지요. 상대방이 실수해서 걸리면 그것도 재미있고, 응징을 하면서 자연스레 서로 살이 닿는 것도 재미있고. 게다가 어지간해서는 놀이 중에 발생하는 일이라서 유쾌하게 상황을 받아들여서 실패에 대한 불쾌감과 두려움도 줄여줍니다. 게임론으로 흐름을 보면 있을 건 다 있지요.
그런데 이 술자리 게임에는 공통된 약점이 있습니다. 참여자 중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초반엔 별 재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계속 하다 보면 재밌어지긴 하지만, 그때는 이미 어느 정도 가까워진 상황이라 그렇지요.
네, 맞습니다. 친할수록, 가까울수록 더 재밌고 즐거운 놀이.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규칙이 단순해서 모르는 사람도 금방 참여시킬 수 있고, 빠르고 짧은 게임 회전 으로 참여자들에게 집중된 관심을 받으며 곧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 술자리 게임들 공통점이고 매력입니다. 평소에 얼마나 게임을 즐기든, 알든 모르든 별 상관없습니다. 굳이 참여하지 않는 게 아니라면 누구나 금방 끼어서 서로 벗이 되어 즐길 수 있습니다. 바로 놀이입니다.
1-2. 게임 시장과 문화 파급력
인류 역사로 보면 놀이가 언어보다 먼저 탄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심지어 사람은 태어나기 전인 자궁 안에 있을 때부터 놀이를 즐기는 걸로 보이며, 죽는 순간에도 즐기기도 합니다. 아니, 놀이에 목숨을 걸기도 하지요. 우리말이든 영어이든 놀이에서 파생되는 그 많은 말들을 보더라도(가령, 노름도 놀이에서 유래한 말이지요) 놀이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끈적끈적하게 붙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 그럼 놀이 형태 중 하나인 게임은 시장성이 아주 높겠군요!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게임 시장이 많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문화 파급력으로 보면 여전히 틈새시장입니다.

자료 출처 : 2007 게임 백서, 4부 1장 - 세계 게임 산업 거시적 동향
시장 규모 체감을 위해 영화 시장과 비교하면 게임 시장이 더 큽니다. 물론, 영화와 게임은 고객 1인당 평균 매출(ARPU:Average Revenue Per User)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영화 시장은 게임 시장보다 ARPU가 낮은 대신 문화 파급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객 수가 훨씬 많습니다. 기실 영화뿐 아니라 놀이라는 큰 범주에 담을 수 있는 여러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그렇습니다. 놀이 형태 중 게임보다 ARPU가 높은 분야는 아마도 도박과 섹스 관련 시장(?)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그래서 게임 분야는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상당히 매니악(maniac) 성향이 강합니다(도박과 섹스 시장도 그런 것 같죠? ^^; ). 게이머 수보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non-gamer, 이하 논-게이머) 수가 훨씬 크다는 얘기입니다. 사회에 미치는 문화 파급력이 여전히 작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게임 역사도 길고 넓게 자리 잡은 걸로 알려진 미국이나 일본도 게이머와 논-게이머 비율은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무료로 즐길 여지가 많은 온라인 게임이 발달한 우리나라나 중국의 게이머 비율이 더 높을지도 모릅니다.
1-3.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퀘어에 가서 보통(?) 사람들에게 웹 브라우저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무어라 대답을 할까요?
거의 대다수 사람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구글 크롬이 뭔지 모르며, 웹 브라우저에 대한 정의도 독특합니다. 이를테면, 저희 어머니에게 웹 브라우저는 인터넷이고, 어떤 분은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서비스와 웹 브라우저, 그리고 인터넷이 사실상 같은 말이며 단지 상표로 갈린 것 뿐이라며 제게 설득(?)을 시도하시기도 했습니다.
출처 : Google Asks Common Man “What is a Browser?” Common Man Has No Clue
중요한 것은 웹 브라우저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바라는 기대와 얻고자 하는 가치는 지켜지고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웹 브라우저, 그거 뭔가요? 먹는 건가요? 와구 와구.
게임, 아니 조금 더 넓게 잡아서 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삶을 잘 둘러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놀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식하지 못할 뿐이죠.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단순한 생활 속 놀이에 규칙과 양식을 추가하거나 가다듬어서 게임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일부러 인지하려 하지 않는 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기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술자리 게임인 3, 6, 9게임을 하면서 “나는 3, 6, 9게임 게이머(gamer)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냥 하는 것이지(playing), 역할을 정하여 게임을 하고 있다(gaming)고 여기지 않는 것이죠.
1-4. 게임을 게임이 아닌 놀이로 즐기는 사람들
요즘 많은 사람이 징가(zynga)나 플레이피시(playfish)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주 빠르게 큰 폭으로 성장하는 모습에서 아주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 두 회사에서 내놓은 게임들을 바라보는 눈길도 다양하고, 대하는 자세도 다양합니다. 저는 이 두 회사 게임을 접한 사람 중 게이머(gamer)와 게임을 거의 즐기지 않는 사람(non-gamer), 그리고 게임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이거 뭐야? 게임이야?”
대체로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 스스로 자신을 게임이라고 칭하고, 게임으로 분류되며, 게임으로써 접근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게임이 아니다.”라는 대답도 제법 나왔습니다.
- 게임 업계 관계자 / 게이머 : 이런 완성도와 흐름을 가진 걸 게임이라고 분류하긴 좀 애매한 것 같은데... 뭐랄까, 게임처럼 보이게 채팅(대화) 서비스에 그래픽 씌운 느낌?
- 게임을 거의 안 하는 사람(non-gamer) : 게임이라니? 난 게임을 한 적 없는데. 난 단지 이 선물을(게임 속 아이템) 친구에게 주고 싶을 뿐이었어.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도 게임을 하며 얻는 게임 재미를 기대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쓰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게임론이나 기획론을 떠나서, 게임을 게임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인식하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바로 여기에 제가 보는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 우리는 거의 언제나 놀이를 합니다. 그런데 놀이 형태 중 하나인 게임은 그 특유의 재미를 위해 발전시킨 규칙과 흐름 탓에 접근성이 놀이보다 떨어집니다. 재미를 위해 요소와 장치를 하나하나 붙일 때마다 많은 사람이 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쉽고 재밌고 즐거운 게임으로써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말고, 아예 게임이 아닌 다른 놀이 수단으로 접근하는 건 어떨까요?
3억 명이 넘는(2009년 11월 현재) 사람들은 내 친구들
소식을 접하고 소통하려고 페이스북(facebook.com)에 접속합니다. 친구 방명록(wall)에 한 마디 남기고, 쪽지를
보내고, 콕 찔러보기도 하는(poke) 이유는 단순합니다. 여러 수단을 써서 내 친구와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Social
Game입니다. 게임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뭐 어때요? 내 친구에게 게임 속 아이템을
선물로 주어 기쁘게 하여 함께 즐겁고 돈독해지면 그만입니다.
자, 여기서 싹둑! ^^ 이제 자리를 다 깔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자리에 털썩 앉아 제 사업 쪽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