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을 갖고 빠르게 움직여라

창업 이야기 블로그를 연 지 어느덧 열흘이나 지났습니다. 블로그를 열기 며칠 전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멘토분들을 비롯해서 많은 분을 만나뵈며 계속 배우고 계획을 다듬고 기회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여러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 구상을 재밌어하시기도 하고, 어설픈 부분에 대해 따끔한 말씀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혹은 앞서 걸었던 발자국을 뒤돌아보듯 하나하나 짚어주시기도 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시간을 들여 새 기회를 열어주시기도 하며, 소액 투자라도 해주시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정말 다양한 형태로 제게 투자해주고 계십니다.

하루 평균 만남 자리를 네 갖습니다. 한 분만 뵙기도 하고 여러 분을 한 번에 뵙기도 하는데, 제게 하시는 조언 중 한 분도 빠짐없이 하시는 공통된 조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실행력입니다.

속도와 실행력이 중요한 이유

이번에 창업을 결심하고 기업을 정의하고, 프로세스를 고민하며, 사업 계획과 일정을 구상할 때에 제가 최우선으로 지향하는 것은 바로 속도와 실행력입니다. 이 블로그를 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요. ^^; 속도와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수많은 책에서 볼 수 있으며 제게 조언해주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분께서 강조하셨습니다.

비전 동기화 비용

우선, 대다수 사람은 아무리 발표를 잘하고 문서를 잘 써도 자신의 머리 안에 있는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핵심을 드러내는 시제품을 빨리 만들어서 손끝에 닿게 한 뒤에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명확하고 쉬우며 저렴 합니다. 다른 사람이란 투자자, 고객은 물론 조직 구성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프로그래밍을 취미로라도 손에서 놓지 않던 이유기획자로서 기획안을 말과 글, 그림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저 자신도 바깥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영향을 받아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말, 글, 그림 등은 우리 개념을 재현한 기호이기에(시뮬라크르) 본래 개념은 1차 변형이 이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주관을 기준으로 삼고 사물을 이해하므로, 결국 2차 변형이 이뤄지게 됩니다.

고객이 느끼는 미학

둘째, 내가 예상하는 고객이 기대하는 바와 가치가 아닌 실제 고객이 기대하는 바와 원하는 가치, 미학(aesthetic)을 알아내야 합니다. 고객이 한두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에 대해 완벽히 분석해서 의도하는 흐름과 미학을 강요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객이 쓰는 형태와 바라는 가치가 정답이고, 그에 맞춰야 합니다. 그러려면 빨리 제품을 고객에게 보여주어 고객이 바라는 형태로 빠르게 고치거나 다음 판을 준비해야 합니다.

인디 게임계를 강타했던 World of Goo 게임.
화려하고 멋진 그래픽은 아니지만, 미학을 해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인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뛰어난 게임성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고객은 자신이 가치를 느꼈을 때 주머니를 엽니다. 그 가치는 철저히 고객 마음입니다. 그런 고객에게 제가 잡고 있는 가치를 강요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합니다. 제겐 그런 자원이 매우 부족하므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알아내어 최소한으로 제 자원을 투자하여 만들어 내야 합니다. 가령, 저나 그래픽 디자이너 눈에는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고객은 재미를 느끼며 별로 개의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셜 웹 게임으로 큰 인기와 주목을 받고 있는 징가(Zynga)社는 소위 게임 껍데기만 바꾼 채 게임을 마구 찍어낸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각 게임은 미묘하게 게임 미학이 다릅니다. 앞서 출시한 게임에서 고객이 즐기고 좋아하는 요소를 찾아내고, 그것이 설령 기획자가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바로 다음 게임에 적용합니다. 그래서 징가 게임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시류와 유행을 놓치지 않고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열정

셋째,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으면 조직 내부에서 먼저 지치거나 방향을 잃습니다. 이를 끊임없이 충전하며 유지하는 건 대단히 힘들고 어렵습니다. 신생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관계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하기에는 그랬습니다. 9년 전에 창업했을 때, 중소기업에 근무했을 때, 그리고 넥슨이나 NCSoft같은 큰 조직이나 SK 계열사에 근무했을 때 느꼈던 점이었습니다. 분명히 누군가는 다른 방향을 그리기 시작하거나 지칠 것이며, 이는 조직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에 비해 신생기업은 처우나 대우보다는 미래에 자신을 맡깁니다. 이런 능동성과 주도성은 열정이 되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시제품이 늦어지면 머릿 속에 그렸던 그림이 조금씩 달라지며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불안은 집중을 방해하는 강력한 적입니다.

서두르지 않되 핵심을 꿰뚫어 실행하자

물론 빠르게 시제품을 낸다고 이러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발생 여지는 줄여줍니다. 더구나 큰 방향과 목표와 관계없이 즉흥으로 찍어내듯 서비스를 만들면 자칫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고 대외 신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서두를 때 발생한다고 봅니다.

속도와 실행력을 서두름과 헷갈려서는 안 됩니다. 서두르면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휩쓸리기 십상입니다. 제대로 된 준비란 더 붙일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덜어낼 수 없는 상태, 바로 사업 핵심과 본질입니다.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다 걷어내더라도 이것마저 버려서는 안 됩니다. 이는 과감한 것이 아니라 경솔한 것입니다.

실행력은 그렇다쳐도 속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조직 정체성과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하거든요. 저 역시 상황에 맞게 완급 조절을 하겠지만, 첫 걸음을 뗄 지금은 섣부른 실행과 지나친 테스트, 그리고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강력하게 적용하려 합니다.

마치며

어제(2009년 11월 19일) Soompi Tweetup 자리에서 만난 Soompi.com CEO인 Joyce Kim께서도 실행력을 강조하며 교훈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여럿 하셨습니다. 그리고 큰 기획만 있던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인 Social Web Game도 이 자리에서 얻은 귀중한 자극으로 좀 더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분에게 배우고 자극을 받으며 사업과 사업 아이템을 실행에 필요한 수준까지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더는 쪼개질 없는 가장 작은 원소처럼 핵심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실행력을 갖고 움직일 때가 오고 있습니다. :)

지역태그 : 세계
  1. 한돌 2009/11/21 13:13 답글수정삭제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전 프로토타이핑 보다 예광탄을 선호하긴 하지만 어느것을 쓰더라도 '진행상황을 고객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는 측면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실행력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만으로는 고루한 캐즘과 주위의 혹평을 이겨내기는 힘들것이고, 결국 비전(전 철학이라고 부릅니다)이 있어야만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두가지 모두 한날님은 잘해오신 것 같고 앞으로도 더욱 잘하시리라 기대합니다. (마음속의 멘토임) 한날님 화팅!

    • 한날 2009/11/22 22:35 수정삭제

      맞습니다. 방향을 잃은 채 실행만 앞서면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힘들지요. 여기서 저는 “지속 가능한”을 built to last 정도로 쓰는 표현이긴 합니다.

      응원 말씀 고맙습니다. 엊그제 모임에서 뵙지 못해 참 아쉽네요. :) 조만간 밤에 사당이나 낙성대 부근에서 뵈어요.

  2. 민노씨의 생각

    Tracked from minoci's me2DAY 2009/11/28 11:05

    한날의 창업 이야기 : 소박하지만 참신한 컨셉.. PR, 아이디어 공유, 그 밖의 협업, 네트워크.. http://bit.ly/28zz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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